Ep 15. 성장과 현타
Prologue . 성장
최근, 더욱 중간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필요한 기능들을 잘 구현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 확실히 짧은기간에 늘었구나 생각이 든다.
이 글 제목이 Ep 15니까 한화 비욘드SW 교육을 받은지 15주차를 지났다는 얘기고,
개발이 뭔지 아무 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4개월 만에 많은 것을 배운듯 하다.
지금은 중간 프로젝트인 게시판(커뮤니티)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있는데,
작업을 하다보면 문득문득 1년 전 일이 떠오르며 현타가 찾아온다...
작년 이 맘때...
작년 이 맘때쯤, 피디일을 할 때 느꼈던 고충을 가지고 직접 서비스를 개발해보고 싶었던 나는
PPT로 내가 구상하는 화면을 만들고, 앱개발 업체들에 찾아갔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땐 피그마라는 것이 있는 지도 몰랐다)
결국에는 업체 몇 곳과 미팅 끝에 비용의 한계로 프리랜서 개발자를 찾는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고,
소개에 소개를 받아 한 개발자 형님을 만나게 되었다.
데이터사이언스로 손에 꼽히는 미국 유명 대학을 나온 형님은 본인을 '시니어 개발자' 라는 단어를 자주 써가며 강조했었는데,
결정적으로 내가 원하는 기능을 다 구현해줄 수 있다는 말에 나는 혹했다.
사실, 그때 나는 본능적으로 편한 길. 쉬운 길을 선택하려했던 것 같다.
형님은 레퍼런스도 없었고, 나에게 준 이력서도 한글도 아닌 영문 이력서 한장이었다.
분명 그때, 나도 본능적으로 뭔가 찝찝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신중하게 선택하자며, 여자친구로부터 소개받은 개발회사에 다니던 여자친구의 고등학교 선배분도
나에게 그 영문 이력서를 봐주며 이분이 사용할 줄 안다는 언어는 개발이라기보다는 데이터분석에 특화되어있다며
개발역량에 대해 의심쩍어하시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불안한 신호들을 나도 분명히 감지했었는데...
그러나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어 조급했고, 더 이상 업체나 사람을 찾는 것이 귀찮아졌던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퀄리티가 높지 않더라도 결과물이 나오겠지. 라는 생각에 그렇게 그 형님과 계약을 맺었다.
처음엔 내가 원하던 기능을 다 구현한 채로 앱과 웹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다는 말은 점점 바뀌어갔고
결국엔 여러 기능을 포기한 채 그저 그런 게시판 느낌의 웹사이트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배포에서 실패하여 내 손에는 들어온 결과물도 없었다.
들어온 결과물도 없이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내게서 빠져나갔다.
지금 게시판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중간중간 형님 집에서 보았던 개발된 기능과 화면들을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서 현타가 찾아오는 것이다.
기능에서도 화면에서도 불과 4개월 밖에 안배운 나와 팀원들이 만든 서비스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든 과제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나는 끝까지 집요하지 못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배워야한다는 것이 귀찮고 시간 낭비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었던 나는
쉬운 길을 택함으로써 그 결과로 더 큰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얻었다.
차라리 그때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처럼 내가 직접 배우려했다면,
어땠을까..? 생각과 함께 현타가 자주 찾아온다...
물론, 또 그 경험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부트캠프에 와서 지금처럼 열심히 했을까? 라는 생각이 더 크긴 하지만.
Epilogue . 교훈
무튼, 작년의 그 경험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해준 일이었다.
그분에 대한 원망도 없다.
결국 그 선택은 내가 했고,
또... 그 형님도 지금에서 보니 데이터분석일을 해오셔서 프로그래밍 언어는 잘 알았겠지만,
개발을 잘 모르시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분도 나름 밤새가며 혼자 끙끙대며 고생하셨으니까.
나는, 학원에서 제대로 배워가며 비교적 시행착오 없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부트캠프를 다닌 것은 너무 잘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비록 개발자로 내가 취업을 못하게 된다하더라도 말이다.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인생에서 확실하게 배운 것은 '어떻게든 된다는 마인드'와 '일에 대한 헌신'이었다.
그리고 이 부트캠프에 다니면서 확실하게 배운 것은 '배우면 된다'는 마인드다.
(그런데, 체계적인 배움이 필요한 것은 맞다.
분명 내가 개발을 독학한다고 했다면 난 지금 포기했거나 지금보다 엄청 뒤쳐져있을 것이다.)
'이 나이에 지금 시작하면 늦었지.' '내가 어떻게 그걸 배우노' 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지금에서 보면 어린 생각이었다.
요즘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배움(수업)에 좀 소홀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하며 직접 내가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배워야할 것이 많으니
끝까지 집중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